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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채근담 - 홍자성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故君子 事來而心始現 事去而心隨空


무성한 대나무밭에 바람이 불어도, 바람이 지나간 대밭에 소리는 머물러 있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건너가도, 기러기가 지나간 연못에 그림자는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군자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비로소 나타나고, 일이 없어지면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이다.


 ㅡ 홍자성, 채근담 中 



 상황에 대한 집착 역시, 타인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노력, 경쟁, 쟁취로 설명하는 데 익숙하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살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드시 그것이 옳다고 보긴 어렵다. 나의 손을 떠난 것은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최선을 다했던 시험결과가 그렇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그렇다. 운명론적 세계관은 때론 우리를 체념하게 만들지만,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도 이별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한 남성이 살인을 저질렀고, 사람들은 화장실을 나오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란 문구를 무심히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