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소설보다 훨씬 소설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소설에서는 현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중략>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우연히 지하철 붕괴로 중상을 입은 사람이 다른 사건의 수배자로 밝혀져 체포되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 해결될 수도 있고, 부정 수표를 남발한 사기꾼이 도피에 성공하여 몇 년을 잘 보내다가 법적 유효 기간을 몇 시간 앞두고 붙잡혀 신문의 한 구석을 장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 범인을 그렇게 우연히 붙잡히게 하면 소설이 아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지난 밤에 꾸었던 꿈처럼 우연히 연락이 안 됐던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그것도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러나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그렇게 우연에 기대어 만나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소설은 현실보다 훨씬 더 리얼리티가 요구되고 필연성이 요구된다. 소설에서는 우연이 허용되지 않는다. 만일 우연한 사건의 진행이 있다 해도 그 우연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필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ㅡ 우한용, 현대 소설의 이해 中 |
현실은 사실성과 필연성을 요구한다. 현실을 더 현실처럼 보겠다. 우리의 만남을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겠다. 삶이란 노력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국어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 졸업 후에도 문학을 즐길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난 지독히도 국어를 못했고 끊임없이 좌절했다. 하지만 여전히 좋아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다.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다. 힘들어 하는 널 안아주고 응원해주기 위해 난 아주 오래 전부터 여기 있었다. 꿈을 이루고 미소짓는 널 보기 위해 난 아주 오래 전부터 여기 있었다.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찰밥 - 윤오영 (0) | 2019.02.24 |
---|---|
별 - 황순원 (0) | 2019.02.24 |
국어의미론 - 윤평현 (0) | 2019.02.24 |
거짓말 - 뷰렛 (0) | 2019.02.24 |
Going Home - 김윤아 (0) | 2019.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