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친구들과 들놀이를 약속한 까닭에 예와 같이 이 찰밥을 싸서 손에 들고 나선 것이다. 밥을 들고 퇴를 내려서며 문득 부엌문 쪽을 둘러봤다. 새벽에 숯불을 피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다가는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슬픈 일이다. 손에 밥은 들려 있건만 그 어머니가 없다. 어머니께서는 새벽녘에 손수 숯불을 불어 가며 찰밥을 싸 주고 기대하며 기다리던 그 아들에게서 과연 무엇을 얻으셨던가? 그는 매일매일 그래도 당신 아들만이 무엇인가 남다른 출세를 하리라고 믿고 그의 구차한 여생을 한 줄기 희망으로 살아왔건만 그의 아들은 좀처럼 출세하지 않았다.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걷고만 있지 아니하였던가. 어머니는 운명하시는 순간에도 그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먼 길을 떠나던 그 순간에도 아들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고 웃음을 보이려 하였다. ㅡ 윤오영, 찰밥 中 |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한국 학생들이 꼽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였다. 세계의 여러 교육학자들은 주목했고 우리들은 다시금 숙연해진다. 깊은 사랑은 누구에게나 과분하다. 그 과분함에서 우리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당신들의 삶을 희생해서 사랑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매정하게도 이 사회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할 마음의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더 깊고 고요하게 내면으로 스며든다. 그렇게,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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