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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겨울의 환 - 김채원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돌아온 것은 거슬러 올라가 그 원인이 결혼 예물 때문이려니 했습니다. 어려운 인생의 관문인 결혼이 출발부터 잘못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차츰,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지엽적인 것이 아니고 더 근원적인 것, 딸이 어머니 운명을 닮는다고 하는 것과 같은 어떤 것, 다시 말해 그것은 운명의 손길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버려 두었듯, 즉 어머니가 남편을 섬기며 사는 여자이지 못했듯 저 역시 그런 것입니다. 그럴 때면 남편이 꼭두각시처럼 느껴져 멀리 떠나 있는 그에게 미안감과 아울러 차라리 측은한 애정까지 드는 것입니다.

 그는 사우디에서 몇 통인가의 엽서-햇빛이 너무 살인적이어서 옆 건물에 잠시 갈 때 신문지를 머리에 펼치고 뛰노라면 우박 쏟아지듯 햇빛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를 보내기도 했으며, 그곳에서의 임기를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재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인편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는 그냥 제 운명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저의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음식이 마음에 맞지 않아 화를 내고, 친척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눈을 샐쭉하게 내리떠야 하는 역을 맡은 것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밥상을 깨부순다는 표현처럼 너무 과격한 것일까요

 저는 왜 저 자신을 밥상을 깨뜨린다고 생각하려 드는 것일까요. ㅡ 김채원, 겨울의 환 中 



 우리는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이 원인이 되어 이렇게 된 것일까. 이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었기에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때론 지난 시간들과 함께,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울 때가 있다. 운명의 역할. 우리는 그들에게, 그들은 우리에게 충실한 엑스트라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과거에 어떠했든 지금의 그대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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