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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海(해)에게서 少年(소년)에게 - 최남선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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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泰山(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 ······, , 추르릉, .

 

2

 

······, ······, , ······.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陸上(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을 부리던 ()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 ······, , 추르릉, .

 

3

 

······, ······, , ······.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只今(지금)까지 업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秦始皇(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亦是(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 ······, , 추르릉, .

 

4

 

······, ······, , ······.

조그만 ()*依支(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 ······, , 추르릉, .

 

5

 

······, ······, , ······.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是非(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世上(세상)에 조 사람처럼.

······, ······, , 추르릉, .

 

6

 

······, ······, , ······.

世上(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 크고 純精(순정)* 少年輩(소년배)들이,

才弄(재롱)처럼 ()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少年輩(소년배) 입 맞춰 주마.

······, ······, , 추르릉, .

 

(소년창간호, 1908. 11.)

 

 

 

* 업거든 : ‘있거든으로 바로잡는 것이 자연스럽다.

* 통기 : 기별을 보내어 알게 함. 통지.

* 나팔륜 : 나폴레옹

* 산모 : 산모퉁이

* 순정한 : ‘純情으로 바로잡는 것이 자연스럽다.

* 최남선 : 서울 출생(1890), 일본 동경부립 제일 중학 입학, 2개월 만에 귀국(1904), 와세다 대학 고등사범 지리역사학과 입학(1906), 종합 월간지 소년창간(1908), 종합 월간지 청춘창간(1914), 3·1 운동시 독립 선언서기초. 체포되어 다음해 출옥(1919), 동명발간(1922), 만주 신경에서 만몽일보사고문 역임(1938), 해방 후 친일 반민족 행위로 기소. 수감되었다가 병으로 보석 출감(1949), 사망(1957)

 

 

 해석

   신체시는 창가와 자유시 사이에 위치하는 한국 근대시의 초기 형태로, 고전시가와 달리 당시의 속어를 사용하고 정형률을 깨뜨렸다.  주로 개화, 자주독립, 민족정신, 신교육, 남녀평등 등의 사상을 담고 있다. 신체시는 창가적 정형성과 후렴을 가지고 있으며, 고전시가의 율문적 표현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준정형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3·4조가 기본이 되는 구형을 깨뜨리고 7·5조 내지 3·4·5조의 새로운 형식을 취하여 부분적으로는 정형률이지만 전체가 일률적인 율조는 아니므로 자유시에 가까운 형태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근대 잡지의 효시인 『소년』 창간호의 권두시로, 최초의 신체시로 알려져 있다. 각 연의 대응되는 행의 자수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창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면이 있으나, 한 연씩 떼어놓고 볼 때는 정형적 자수율을 전혀 갖지 않은 자유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와 같은 의성음을 통해 파격적인 리듬을 창조했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새로운 세계와 문명개화를 상징하는 ‘바다’와 새 시대를 상징하는 ‘소년’을 통해, 개화와 계몽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계몽시라는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1연~5연은 ‘바다의 웅대함’을, 6연은 ‘소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는 ‘나의 큰 힘’을 과시하는 바다를, 2연에서는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바다를, 3연에서는 ‘겨룰 이’가 없는 강한 존재로서의 바다를, 4연에서는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영악한 체를’ 하며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를 질타하는 거대한 바다를, 5연에서는 ‘푸른 하늘’과 같이 ‘적은 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는 포용적이고 정갈한 바다를 노래하고 있다. 6연에서는 ‘저 세상 저 사람’과 다른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들’의 용감함과 순수함에 대한 사랑이 드러난다. 

   참고 : 계몽주의적 낙관론이 지나쳐 시적 긴장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바이런’의 시 「차일드 헤롤드의 순례」의 모방작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