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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시가의 정수

홍문연가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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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연가

 

천하가 태평하면 언무숭문(偃武崇文) 하려니와

시절이 분요(紛擾)하면 포연탄우(砲煙彈雨)

만날 줄을 사람마다 아는 바라

()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말가

초야에 묻힌 영웅 질족자(疾足者)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江東)의 성낸 범과

패택(沛澤)에 잠긴 용이 각기기병(各己起兵) 힘을 모아

진나라를 멸()할 적에 선입정(先入定) 관중자(關中者)

()하리라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楚覇王)은 당시 세력 힘만 믿고

배은망의(背恩忘義) 하단말가

 

무죄한 패공(沛公)을 아무리 살해코자

홍문(鴻門)에다 설연(說宴)한들 하늘이 내신 사람

천붕우출(天崩又出)이라 벗어날 길 없을소냐

유능제강(柔能制剛) 옛 말씀을 이로 보아 알리로다

위의(威儀)를 살펴보니 백모황월(白矛黃鉞)

장창대검(長槍大劍) 청도(靑刀) 금고(金鼓) 대기치(大旗幟)

영기(令旗) 방패(防牌) 숙정패(肅靜覇) 주장(朱杖)

능장(稜杖) 사모창(蛇矛槍)을 좌우로 늘여 세우고

중군(中軍)의 사자기(師字旗)를 반공중 높이 치켜 달고

좌상에 앉은 영웅 누구 누구 앉았던고

 

녹포홍대(綠袍紅帶) 호수염(虎鬚髥) 팔척 장검 비켰으니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당시 호걸 초패왕은 제일 좌상에 앉으시고

흑포륜건(黑袍綸巾)에다 옥결을 차시고 창안학발(蒼顔鶴髮)

표연히 앉았으니 가빈칠십호기계(家貧七十好奇計)

신기묘산(神奇妙算) 자부(自負)하던 범증(范增)이가 분명코나

 

홍수남대흑전립(紅袖藍帶黑戰笠)에 얼굴은 관옥(冠玉)이오

풍체는 반악(潘岳)이라 직결(直潔)에다가 뜻을 두고

육출기계(六出奇計)를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진평(陳平)이가 그 아닌가

동벽(東壁)의 황금전포(黃金戰袍) 황금투구 조대 띠고

좌수(左手)에 홀()을 들고 우수에 칠성검 뚜렷이 비꼈으니

의리있고 사정(私情)없는 항백(項伯)이가 이 아니냐

 

서편에 앉은 영재(英才) 정신이 호매(豪邁)하여

장검을 어루만져 기회를 기다리던 홍포은갑(紅袍銀甲)

저 장수는 항장(項莊)일시 분명쿠나

위엄이 늠름 살기가 등등하니 이름이 모두 다 잔치라할 망정

어는 누가 아니 두려워할 거나

대장부 평생 소업 할일을 하여가며 지내보자

 

 

이해와 감상

판소리 광대들이 소리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단가 중 하나이다. ‘천하태평이라고도 한다. 일제강점기에 김정문(金正文)이 잘 불렀고, 근래에는 강도근(姜道根박봉술(朴奉述김소희(金素姬)와 같은 명창들이 이어오고 있으나 최초의 작자는 밝혀진 바 없다.

노래말 내용은 중국 초한(楚漢)시절에 초나라 항우(項羽)가 한나라 유방(劉邦)을 잡기 위하여 홍문(鴻門), 즉 홍구(鴻溝) 땅 군문(軍門)에서 잔치를 베풀고 유방을 초대하여 항장(項莊)으로 하여금 검무(劍舞)를 추다가 살해하도록 일을 꾸몄으나, 유방을 수행한 장자방(張子房)의 기지와 번쾌(樊噲)의 호기로 유방이 탈출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의 일부를 담은 것이다.

곡조는 중모리장단에 평조(平調)로 되었는데, 천하영웅들의 거동을 그린 만큼 기세등등하고 호탕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노래를 홍문연또는 홍문연가라 하는 것은 홍문에서 베푼 항우의 잔치를 그린 것에서 유래하며, ‘천하가또는 천하태평가라 하는 것은 이 노래의 노래말 첫머리가 천하가 태평하면 언무수문(偃武修文)하려니와라는 말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 한국가창대계(이창배, 홍인문화사, 1976), 창악대강(박헌봉, 국악예술학교,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