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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산문의 정수

무정 - 이광수

무정 - 이광수

 

# 제목

  '무정'은 따뜻한 정이 없이 쌀쌀맞고 인정이 없음(무정한 사람) 또는 남의 사정에 아랑곳없음(무정한 세월)을 의미한다. 작품 끝 부분의 "어둡던 세상이 평생 어두울 것도 아니요, 무정할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밝게 하고, 유정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가멸하게 하고, 굳세게 할 것이로다. 기쁜 웃음과 만세의 부르짖음으로 지나간 세상을 조상(弔喪)하는 무정(無情)을 마치자"로 보아, 무정이란 극복해야 할 어두운 현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줄거리

  경성학교 영어교사 이형식이 장안의 부호 김 장로의 고명딸인 선형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온 첫날, 옛 은인인 박 진사의 딸이자 정혼녀와 같았던 영채가 찾아 온다. 아버지 박 진사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야기와 그 동안 고초를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기생이 되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돌아간 영채와 선형 사이에서 형식은 심한 갈등과 방황을 한다. 영채는 형식이 있는 경성학교의 배 학감과 경성학교 교주의 아들인 김현서에게 정조를 유린당한 후 절망하여 유서를 남긴 채 대동강으로 자살을 하러 떠나고, 형식은 영채를 찾기 위해 평양으로 가지만 찾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한편 평걍으로 가던 중 기차 안에서 병욱을 만난 영채는 병욱의 설득으로 자살을 단념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병욱과 동경 유학을 떠나기로 한 영채는 선형과 미국 유학을 떠나던 형식과 기차 안에서 만나 수재민 구호 활동으로 음악회를 열고, 이를 계기로 교육과 실행으로 민족을 위해 일할 것을 다짐한다. 함께 토론하면서 민족의식을 자각한 그들은 장차 조국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며 유학길에 오른다.

 

# 인물

  이형식 : 두뇌가 명석하나 고아이고 전통을 모르는 개화 지식인 →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인한 전통 단절을 반영

  박영채 : 실패한 개화 운동가의 딸로, 몰락의 길을 걸음 → 일제 강점으로 인해 몰락하는 민족의 운명을 상징

  김선형 : 서구식 종교인 기독교 장로의 딸 → 개인적 자각을 보여 주지 못하는 외면적 신여성

  김병욱 : 개화사상을 지닌 신여성으로 영채를 구원함 → 민족의 미래가 개화에 달렸음을 암시하는 실질적 신여성

 

# 작품에 관한 이야기

  1917년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126회에 걸쳐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하고, 1918년 7월에 광학서포에서 단행본으로 내놓았다. 흥미를 제공하는 동시에 계몽의식을 드러내야 했다. 이는 작품의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구조는 '욕구-좌절-성취'의 갈등 구조로 진행되는데, 욕구는 지향적 욕구(이상주의)이고 좌절은 존재적 현실의 갈등이며 성취는 박영채로의 전이적 성취이다. 욕구의 좌절이 애정의 삼각관계를 통하여 흥미 있게 진행되다가 결말에 와서 전이되어 성취된다. 즉, 자선 음악회를 통해 민족 현실에 대한 각성과 민족적 일체감에 눈을 뜨면서, 개인적 욕구의 성취를 위한 대립과 갈등이 이제는 사회적 지향 의식으로 이행되어 교육에 의한 민족적 이상주의 실현에 통합된다. 

  박영채를 중심으로 보면 구시대적 가치를 묻고 새로운 삶으로 이행하는 개인을 볼 수 있다. 박영채는 가족의 몰락과 고난의 삶을 거쳐 근대적이고 독자적인 개성의 자각과 의식의 독립화에 근거하여 근대적인 삶으로 나아가는 한 개인이다. 이형식을 중심으로 보면 지식인에 의한 민족 계몽이라는 교훈성을 볼 수 있다. 삼랑진에서의 의지 표명과 유학의 최대 목적이 개인의 발전이 아닌 민족의 계몽과 개화에 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계몽주의 문학 사상은 기존의 봉건적 권위나 관습에 대항하여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와 지식을 강조한 문학으로서, 최남선과 이광수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본다. 

  주제 의식의 표출 방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독자들이 느끼는 이유는, 주제(교육·계몽)가 사건과 인물의 성격으로 구체화되지 않고 인물들 간의 대화에서 웅변조·설교조로 생경하게 표출되기 때문이다. 

 

# 문학사적 의의

  '무정'은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로서 세밀한 묘사와 언문일치가 확립되고 당대의 시대적 문제인 계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천상계가 없고 천상계의 지상 대리인인 도승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신소설과 같으면서, 도승을 대신해 주인공을 구촐하고 자각과 사명을 부여하는 개화국인(박진사, 김장로)을 국내의 인물로 바꾸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주목할 만한 기법

 - 사제관계 : 무정에 나오는 인물들은 사제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시대적 진취성으로 인해 논설문에 가까워진 작품을 문학에 좀 더 가깝게 하는 기능을 한다.

 - 차중기연 : 단순히 우연에 기댄 것이라기보다 필연적인 소설 장치로 보아야 한다. 당시의 기차는 문명의 이기 중에 이기였으며 운행 횟수 또한 제한적이었으므로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맺어질 수 있는 소설 공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래 : 장편소설, 계몽소설
성격 : 계몽적, 민족주의적
배경 : 일제 강점하의 개화기 서울, 평양, 삼랑진 등
제재 : 남녀 간의 사랑, 우리 민족의 현실
주제 : 근대적 사상(자유연애와 민족주의)의 고취, 민족적 현실의 자각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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