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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산문의 정수

배따라기 - 김동인

배따라기 - 김동인

 

# 제목

 작가의 자연주의적 관점과 유미주의적 관점이 잘 드러내는 제재이다. 아름다운 예술(유미주의적 관점)로 승화된 '그'의 비극적 운명(자연주의적 관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 줄거리

  '나'는 삼월 삼짇날 영유 지방의 민요 '배따라기'를 부르는 '그'를 만난다. '그'의 말 속에서 원한과 뉘우침의 정서를 느낀 '나'는 19년 전 '그'의 경험을 듣게 된다. 

  배따라기를 잘 부르던 형제가 살았는데, 형인 '그'에게는 아름답고 애교가 많은 아내가 있었다. '그'는 쾌활한 성격의 아내가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는데, 특히 자기보다 늠름하고 잘생긴 아우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그'의 아우가 고을에 첩을 얻었다는 소문이 돌자 '그'의 아내는 아우가 고을로 가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 일로 '그'와 아내는 크게 다투게 되었으나 곧 다시 화해한다. 아내를 위해 거울을 사 온 '그'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방 안에 함께 있는 아내와 아우를 보고 놀란다. 쥐를 잡고 있었다고 말하는 두 사람을 '그'는 불륜을 저질렀다고 의심하면서 때리고 내쫓는다. 결국 아내는 돌아오지 않고 물에 빠져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아내를 장사지내고 난 이틀 후 아우도 마을에서 사라진다. '그'는 뱃사람이 되어 아우를 찾아다녔으나 만나지 못한다. 십 년 후 파선의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난 '그'를 아우가 나타나 간호한다. 아우는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사라진다. 이후 아우의 흔적을 찾아서 헤맸지만 다시 만나지 못한다.

  이야기를 끝낸 '그'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한이 서린 배따라기를 다시 부른다. 다음날 '나'는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찾지 못한다. 

 

# 인물

  나 : 대동강 변을 거닐다 한 사내의 이야기를 듣게 됨. 외부 액자에 등장하는 해설자로 작품의 시작과 끝에 등장.

  그 : 아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마침내 아내를 질투하고 의심함. 질투심이 곧 비극의 원인이 됨.

  그의 아내 : 순수하고 적극적인 성격.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남편의 오해를 받고 그 충격으로 자살함.

  그의 아우 : 형의 오해를 풀지 못하고 형수의 죽음을 목격한 뒤 집을 떠남. 인간사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인물.

 

# 작품에 관한 이야기

  1921년 '창조' 9월호에 발표된 소설로, 내용은 자연주의적 특징을 보이고 형식은 액자소설의 구조를 갖춤으로써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단편소설의 미학을 본격적으로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극단적 미를 추구하는 '나'의 미의식, 오해·질투로 아내와 아우를 잃고 회한의 유랑을 계속하는 '그'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이야기는 배따라기의 곡조를 통해 하나가 된다. 작품 내부의 이야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애욕과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그'는 충동적인 감정과 본능에 의해 행동하는 인물이며 이러한 그의 성격은 우연성과 맞물려 아내의 죽음과 아우의 유랑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불러온다. 이러한 점은 자연주의적 특질과 함께 작가의 낭만적 미의식을 잘 보여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야수성, 성격 결함에 따른 비극적 파국, 우연성 즉 운명 속에 내던져진 한 가족의 삶 등의 특징은 작품을 자연주의 소설로 보는 근거가 된다. 자연주의적 특질 외에 유미주의 또는 예술 지상주의적 경향도 짙게 배어 있는데, 이는 특히 '나'를 통해 잘 드러난다. '나'는 대동강을 산책하며 삶과 인간에 대한 상념에 잠긴다. 이때 '나'는 문득 진시황을 떠올리면서 진시황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진시황을 예찬하는 것은 진시황이 인간의 욕망을 극단적으로 발현한 자아며 누구보다도 미학적으로 살았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유미주의 또는 예술 지상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 작가에 관한 이야기

  김동인은 이광수의 계승주의적 경향에 맞서 사실주의적 수법을 사용하였으며, 1925년대 유행하던 신경향파 및 프로 문학에 맞서 예술 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 문학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동인은 후기에는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설 쓰기에 전념하다가 몸이 쇠약해진 후에 마침내 마약 중독에 걸렸다. 병마에 시달리던 1939년 '성전 종군 작가'로 황군 위문을 떠났고, 1942년 친일 소설 '성암의 길'을 발표하였다. 1948년에는 장편 역사 소설 '을지문덕'과 단편 '망국인기'의 집필에 착수하였으나 생활고로 중단하고 6·25 전쟁 주에 숙환으로 서울에서 작고하였다.

  그는 언주문종 및 국주한종을 쓰자는 주장을 내세웠다. 언문일치의 문장은 1985년 유길준의 서유견문에 이미 나타났는데, 1920년대 그가 낸 문예 동인지 '창조'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었다. 그 예로서 이전까지는 과거체였던 문체를 현재체로 바꾸었고 우리말에서 구별이 없던 인칭 대명사 he와 she를 '그'와 '그녀'로 표현하는 등 근대적 문장을 완성시켰고, 또 용언에서 과거 시제를 도입하여 문장에서 시간 관념을 의식적으로 명백히 했다.

  그의 예술 지상주의적 관점은 광화사·광염소나타 등 여러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자연주의적 특징과 함께 그의 소설 미학을 형성하는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배따라기'에서는 현실적인 삶의 패배, 비극적 운명이 예술에 의해 승화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 민요 '배따라기'

  '배따라기'는 평안도 민요의 하나로 잡가에 속하는 노래이다. '배따라기'라는 이름은 '배떠나기'의 방언으로 알려져 있다. 배따라기는 해안 지방마다 있었던 듯한데 지금은 평안도의 배따라기만 널리 퍼져 있다. 평안도 배따라기는 사람들의 고달픈 생활이 서사체로 엮어져 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배따라기'에서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산천 후토 일월 성신 하느님전 비나이다. 실낱같은 우리 목숨 살려 달라 비나이다." 등의 가사가 인용되어 있는데, 이 노래는 뱃사람들의 고달프고 덧없는 생활을 슬프고 애처로운 곡조로 표현하고 있다.

 

# 문학사적 의의

  1910년대 이광수 소설의 계몽적 경향을 극복, 순수 예술 단편으로서의 기본적 형태를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주목할 만한 기법

 - 액자식 구조, 시점의 혼용 : 이 작품은 서술된 사건이 작가로부터 이중으로 전이되고 있다. 작가는 도입 액자에서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나'를 내세웠고 이 '나'는 행동의 당사자인 '그'를 내세워 그를 통해 '나'가 '그'의 생의 내력을 듣는 형식으로 하였기 때문에, 서술된 경험은 그만큼 작가의 개성과 거리를 둔 비개성적 객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점은 '화중화(話中話)'적 요소의 조정적 계승이다.

 - 만남과 헤어짐 구조 : '나'와 '그'의 만남과 헤어짐(바깥 이야기), '그'와 '아내' 및 '그'와 '아우'의 만남과 헤어짐(안 이야기)이 드러난다. '그'의 비극적인 운명은 배따라기의 애절한 곡조 속에 아름답게 승화되며 '나'의 미의 낙원에 대한 추구도 여기에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 문체 : 김동인의 후기 작품들과는 달리 유려한 우유체적 문체도 보이나, 역시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호흡 짧은 문장직접적이고 역동적인 묘사가 돋보이고, 빠른 사건 진행이 두드러진다. 또한 방언과 비속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민중의 생활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역할을 하여 생생하고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성격 : 낭만적, 유미주의적, 운명주의적
배경 : [외부] 1920년대 삼월 삼짇날 대동강 모란봉  [내부] 영유고을에서 떨어진 바닷가 시골마을
제재 : 인간의 나약함과 운명
주제 :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절망과 운명에 대한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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