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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산문의 정수

감자 - 김동인

감자 - 김동인

 

# 제목

  중국인 왕 서방의 밭에서 나던 작물이다. 복녀는 감자를 캐다가 들켜 왕 서방에게 몸을 허락한다. 가난 때문에 감자를 캐게 되었다. 복녀의 호구지책이 감자 훔치기였고 그로 인해 타락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감자는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감자'는 가난으로 인한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상이다.

 

# 줄거리

  복녀는 열다섯 나이에 돈 팔십 원에 팔려 시집을 간다. 그러나 게으른 남편으로 인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평양의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려 나와 거지 생활을 하게 된다.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 잡는 일을 하러 간 복녀는 일을 감독하는 사내와 관계를 맺게 된다. 이후 복녀의 인생관은 달라지고 자신의 몸을 팔아 살아가는 방식에 눈을 뜬다. 동네 거지들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벌던 복녀는 중국인 왕 서방의 밭에서 감자를 훔치다 붙잡힌다. 이를 계기로 복녀는 왕 서방과 관계를 맺게 되고 이후 왕 서방과 계속 만나면서 돈을 벌게 된다. 왕 서방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복녀는 질투심을 품는다. 새색시가 왕 서방의 집에 오는 날 복녀는 왕 서방의 집에 찾아가 낫까지 휘두르며 소동을 피우다가 결국 왕 서방에 의해 살해된다. 왕 서방은 복녀의 남편과 한의사에게 각각 돈을 주고 복녀가 살해된 사실을 숨긴다. 한의사는 복녀가 뇌일혈로 죽었다는 거짓 사망 진단을 내리고, 복녀의 시신은 공동묘지에 묻힌다.

 

# 인물

  복녀 : 선비의 후예로 엄한 가정교육을 받아 윤리 의식이 철저했던 여인이었지만, 가난으로 빈민굴 동네로 시집 간 후 자신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타락과 파멸의 길을 걸음

  남편 : 게으른 천성에 도덕성을 상실한 파렴치한 인간

  왕 서방 : 중국인 지주로, 돈으로 세상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배금주의자이며 호색한(好色漢)

 

# 작품에 관한 이야기

  1925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작가의 환경 결정론적 입자과 자연주의적 경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감자'는 문예 사조의 관점에서 자연주의 소설로 분류된다. 자연주의 소설의 주된 특징은 흔히 '환경 결정론'으로 대변된다. 환경 결정론이란 인물이 처한 환경(주로 사회적 환경)이 인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환경에 의해 지배 받는 인간의 삶을 객관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복녀'가 가난과 물질주의라는 환경적 요인에 물들어 감으로써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것은 환경 결정론의 관점과 밀접히 연관된다. 복녀의 도덕적 타락과 죽음은 불우한 환경이 빚어 낸 일종의 숙명으로, 왕 서방과의 만남과 그로 인한 비극적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도 그녀가 놓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 때문에 인간의 주체적인 태도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일제 강점하의 민족의 빈곤과 그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감자'의 배경은 작가의식·주제와 직결된다. 만일 배경이 안정된 농촌 지역이나 중류층 이상이 거주하는 도회지 또는 틀에 박힌 봉건 시대였다면, 복녀의 타락은 몹시 부자연스럽고 그만크 작품의 리얼리티와 주제적 가치도 상실되었을 것이다.

  복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왕 서방의 새색시에 대한 질투·애욕 때문이다. 이 질투에는 물론 돈줄을 놓치지 않으려는 비도덕적 의식이 개입되어 있겠지만, 왕 서방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인 애정은 도덕의식에 속한다. 즉, 복녀에게 남아 있는 일말의 정상적인 도덕의식이 결국 그녀의 죽음을 초래한 원인이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왕서방과 한의사가 복녀의 죽음을 비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도덕의식의 결정적 패배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 문학사적 의의

  자연주의 소설은 과학적 태도로 인생에 접근하여 대상, 즉 인생을 분석적·실험적 수법을 이용하여 표현한 소설로, 사회의 어두운 면, 인간의 추악한 면 등을 그대로 묘사하고 폭로하는 특징을 지닌다. 자연주의 소설은 이처럼 과학적 객관성을 그 특징으로 세밀한 묘사와 해부적 기법을 보여 주는데,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가 담겨있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주목할 만한 기법

 - 반어적 명명법 : '복녀'의 비극적 운명과 관련지어 볼 때, '복녀'라는 이름은 반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 보편적 명칭을 통한 전형성 획득 : '복녀'라는 이름은 흔하고 서민적인 이름이므로, '복녀'는 당대 하층민 여성의 불행한 삶의 실태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 인형 조종술 : 자연주의 소설의 환경 결정론을 작가 나름대로 소화하여 자신의 창작 방법론으로 만들어 낸 것이 이른바 김동인의 '인형 조종술'이다. 작가가 마치 인형을 조종하듯이 인물의 운명과 행동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창작 방법이다. 이때 작가는 마치 신과 같은 위치에서 인물의 행동과 운명을 결정한다.

 - 관찰자 시점 : 서술자는 복녀의 모습을 관찰자 시점을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다. 결말 부분에서 복녀의 죽음을 두고 거래하는 장면만 간략하게 서술되는데, 이는 구체적인 분위기나 감정의 묘사 없이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려는 의도이다. 또한 복녀의 죽음에 대한 어떠한 동정적 진술도 표시하지 않는데, 이는 오히려 복녀의 비극적 죽음을 강조하며, 도덕이 붕괴되고 있는 추악한 현실 상황을 냉정하게 제시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 장면 중심적인 사건 전개 : 작가는 사건 전개에서 단편적인 장면들을 배치하고, 각각의 장면을 집약적으로 부각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인물의 심리나 내면의 묘사보다는 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 방식은 이 작품의 문체상 특징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작품의 문체는 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에 맞도록 속도감 있고 간결하게 되어 있다. 또한 장면의 집약적 효과와 실감을 위해 평안도 사투리와 하층 사회의 비속어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갈래 : 단편소설
성격 : 사실적, 자연주의적
배경 : 1920년대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
제재 : 한 여인의 타락해 가는 삶
주제 : 환경으로 인해 도덕적으로 피폐해가는 인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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