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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시가의 정수

백수한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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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한(白首恨)

 

광활남북(南北) 좋은 천지 금수강산이 좋을씨고,

좋은 줄은 알지마는 생각사록 걱정 이라

걱정 끝에 한숨나고 한숨 끝에 말 못하니

유구무언(有口無言) 황천(黃泉)이 멀다해도

이수분야(二水分野)가 거기 있고

청춘은 어디 가고 백발이 어찌 왔나

곱던 형용 추악하여 우주 과객(宇宙過客) 그릇되네.

원수로다 원수로다 한 손에는 망치 들고 한 손에 철퇴 들고

밀고 치고 격투를 하여도 무정 세월은 하는 수 없네.

 

검던 머리는 희어지고 이 조차 낙치(落齒)되어

음식 먹는 거동 보면 아래턱이 코를 차니 불성모양(不成貌樣) 참혹(慘酷)하다.

썼던 갓 벗으니 종일(終日) 수심(愁心) 분기(憤起)하고

행보조차 줄어지니 남은 것이 지팡이라

십리길이 백리되고 백리길이 천리되고

강상풍경(江上風景) 직하(直下)할 제 좌이대사(坐而待死) 뿐이로다.

거름 걷는 거동 보면 우렁 찍는 황새로다.

안이라고 들어가면 내외간에 별일 없고 사사(事事)에 무용처(無用處)

밖으로 나가면 아희들게 훈장질, 쓸데없는 바둑판은 손때만 남는구나.

 

나를 보러온 소년들은 무슨 일이 조급한지 잠시 조심 바이 없네

동지장야(冬至長夜) 긴긴 밤에 홀로 누워 생각하니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쓸데없는 헛 국량(局量)만 한량없이 드는구나.

만권서(萬卷書)를 모아 가지고 하나님전 등장(登狀)가세.

무슨 연유로 등장가리 늙은 인간 쉬 죽지 말고

젊은 청춘 너무 늙지 말라고 그 말 연유(緣由)로 등장 가자.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는다.

아서라 풍백(風伯)에 붙인 몸이니 풍월(風月)이나 하면서 지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