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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제(植木祭) - 기형도 식목제(植木祭) - 기형도 어느 날 불현듯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 물끄러미 팔을 뻗어 너를 가늠할 때 너는 어느 시간의 흙 속*에 아득히* 묻혀 있느냐. → 화자가 자신의 지난 삶을 떠올림 축축한 안개 속에서 어둠*은 망가진 소리 하나하나 다듬으며 이 땅 위로 무수한 이파리*를 길어올린다. 낯선 사람들*, 괭이 소리 삽 소리 단단히 묻어 두고 떠난 벌판* 어디쯤일까 내가 연기처럼 더듬더듬 피어올랐던 → 소극적·수동적 삶의 자세 이제는 침묵의 목책* 속에 갇힌 먼 땅*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흘러간다. → 체념적인 태도. 허무 의식. * 나무를 심은 후 지난 삶을 떠올림 (1행~13행) 어디로 흘러가느냐, 마음 한 자락 어느 곳 걸어 두는 법 없이 → 불안정한 삶의 모습 희망을 포기하려면..
빈 집 - 기형도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사랑의 상실 (1연)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사랑할 때 접했던 모든 것들에게 이별을 고함 (2연)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사랑을 위한 소통을 포기함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 사랑의 상실로 인한 절망과 공허 (1연) * 빈 집 : 사랑을 잃은 후의 상실감과 공허함. 절망과 폐쇄의 공간.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애상적, 비유적 주제 : 사랑을 잃은 후의 공허함과 절망 표현상의 특징 : - 상징적 소재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함 - 대상의 열거를 통..
은행나무 - 곽재구 은행나무 -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 긍정적 태도, 낙관적 태도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 은행나무 아래에서의 긍정적·낙관적 태도 (1행~3행)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은행나무잎 (4행~10행)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 긍정적 태도, 낙관적 태도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 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쓸쓸한 분위기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 냉혹함, 차가움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막차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위안 (1행~4행)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삶의 고단함에 지친 이들에 대한 연민 (5행~8행)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 고단하고 쓸쓸한 모습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 착잡하게 가라앉은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화살 - 고은 화살 - 고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 불의에 맞서는 치열한 대결 의지 (1연)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십 년 동안 누린 것, 몇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든가 뭣이라든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 소시민적 태도를 버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자세 (2연)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 불의에 맞서는 희생 정신 (3연)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
성묘 - 고은 성묘 - 고은 아버지, 아직 남북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 분단 현실 일제 시대 소금* 장수로 이 땅을 떠도신 아버지. 아무리 아버지의 두만강 압록강을 생각해도 눈 안에 선지*가 생길 따름입니다. * 분단 현실에서 느끼는 통한 (1행~5행) 아버지의 젊은 시절 두만강의 회령 수양버들을 보셨지요. 국경 수비대의 칼날에 비친 저문 압록강의 붉은 물빛을 보셨지요. 그리고 아버지는 모든 남북의 마을을 다니시면서 하얀 소금을 한 되씩 팔았습니다. 때로는 서도(西道)* 노래도 흥얼거리고 →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나누었던 삶의 애환 꽃 피는 남쪽에서는 남쪽이라 밀양 아리랑도 흥얼거리셨지요. →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나누었던 삶의 애환 한마디로, 세월은 흘러서 멈추지 않는 물인지라 젊은 아버지의 추억은 이 땅에..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은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는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와 → 마을로 돌아오는 사람들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 유품을 태우는 모습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 삶과 죽음의 세계가 멀지 않다는 인식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죽음과 삶이 가깝다는 인식 (1연)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 죽음과 삶이 하나라는 인식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머슴대길이 - 고은 머슴대길이 - 고은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 건강한 생명력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 무던함과 수더분함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 근면하고 배려심이 깊음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 총명함과 깨어 있는 민족 의식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 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 머슴 대길이의 성품과 깨어 있는 그의 민족 의식 (1연)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