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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산문의 정수

삼국유사(三國遺事) - 밀본최사(密本摧邪)

※ '밀본최사(密本摧邪)'는 '삼국유사' 제5권에 실려 있다.

 

  한번은 선덕여왕(善德女王)이 병이 나 흥륜사의 중 법척(法惕)을 불러 병을 치료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이때 밀본 법사란 분이 덕행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들려 신하들은 법척 대신 밀본 법사를 불러 치료하자고 아뢰었다궁중으로 불려온 밀본 법사가 여왕의 침실 밖에서 약사경(藥師經)’을 한 번 다 읽고 나니 법사의 육환장(六環杖)이 침실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여왕의 침실로 가 보니 거기에는 늙은 여우 한 마리와 법척이 쓰러져 있었다. 이 여왕의 병은 씻은 듯이 깨끗이 나았다. 이때 밀본 법사의 머리 위에는 오색 찬란한 광채가 뻗어, 보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승상(丞相) 김양도(金良圖)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입이 붙어 말을 못 하고 몸이 굳어 버린 병이 났는데, 그의 눈에는 귀신도 보였다.

  김양도가 보니 큰 귀신 하나가 부하 귀신들을 거느리고 와 집에 있는 음식을 모조리 맛보고, 무당이 굿을 하면 떼지어 몰려와서 마구 놀려대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이 붙은 김양도는 이런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김양도의 아버지는 법류사(法流寺)의 중을 불러다가 경()을 읽게 했다. 그러자 귀신들은 쇠방망이로 그 중의 머리를 때려 중은 피를 토하고 죽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밀본 법사를 초청해 오기로 하였다. 밀본 법사가 온다는 말을 들은 귀신들은 아연실색했으나 우두머리 귀신은 염려할 것 없다고 귀신들을 안심시켰다.

  이렇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든 사방대력신(四方大力神)들이 나타나 귀신들을 모조리 잡아 묶어 갔다. 얼마 후, 밀본 법사가 당도해 경문을 읽자 김양도의 병은 치유되어 말을 하게 되었다.

  김유신이 한 늙은 중과 사귀었는데 그의 친척인 수천(秀天)이 고질을 앓게 되어 김유신은 그 늙은 중을 보내 치료하게 했다. 이때 수천의 친구인 인혜사(因惠師)’란 스님이 나타나 늙은 중을 얕잡아 보고 신통력을 시험하자고 하였다. 늙은 중은 인혜 스님을 공중에 뜨게 하였다가 곤두박질하게 했는데 땅에 머리가 박혀 빠지지 않았다.

  늙은 중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자리를 떠났고 김유신의 간청을 받고서야 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