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학우』 창간호, 1919. 1.)
* 주요한 : 평안남도 평양 출생(1900), 평양 숭독소학교 졸업(1912), 일본 메이지학원 중등부 졸업(1918), 시 「에듀우드」를 『학우』에 발표(1919), 문학 동인지 『창조』 동인, 중국 상해 호강대학 졸업(1925), 동아일보사 편집국장·논설위원(1929), 조선일보사 편집국장·전무(1933), 해방 후 문단 활동 중단(1945), 사망(1980)
◈ 해석
이 시는 3·1 운동이 일어나기 두 달 전, 「불놀이」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인 1919년 1월, 일본 교토 유학생회 기관지인 『학우』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시는 원래 「에튜우드」라는 큰 제목 아래의 다섯 작품 중의 한 작품으로 발표되었다가, 후에 시집 『아름다운 새벽』을 간행하면서 「샘물이 혼자서」라는 제목이 붙게 되었다. ‘에튜우드’란 학습(etude)의 뜻을 지니는 불어로서, 이러한 제목은 그의 겸손한 시작(詩作) 태도를 보여준다. 비록 습작이라 하더라도 주요한은 이 「에튜우드」를 통해서 자유시의 차원을 새로이 개척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한국의 근대시는 그 가능성을 부여받았다.
‘춤추며’, ‘웃으며’, ‘산골짜기 돌 틈으로’, ‘험한 산길 꽃 사이로’ 밝고 광활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샘물의 행로는, 이 시가 시적 자아와 시적 공간 모두 점차 확대되어 가는 ‘열림의 시’임을 알게 한다. 이는 암울한 시대일수록 희망찬 내일을 예시해야 하는 시인의 초인적·예언자적 역할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새 삶을 열려는 시인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샘물이 / 혼자서 / 춤추며 / 간다 // 산골짜기 / 돌 틈으로’의 배열로, 각 연의 1·2행은 모두 4음보로, 3행은 2음보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간다’를 제외한 모두가 3(4)음절을 1음보로 하는 우리 시가의 전통적 율격 단위를 보여 준다.
1·2연을 부사어로 끝내어 동적인 방향성과 미완성 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3연은 서술형 종결 어미로써 시상을 마감한다.
계몽성과 교술성의 완전한 청산, 영탄적 어조를 배제한 절제된 감정, 세련된 구어체, 순우리말 사용(시어 ‘험한’ 제외) 등은 동시대의 시 가운데서 이 작품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주요한은 『독립신문』의 주요 필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신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로, 서재필의 『독립신문』과는 다르다. 서재필의 『독립신문』은 1896년 4월 7일에 창간된 독립협회 기관지이다. 서재필 주간으로 창간되어 1주 3회 간행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순 국문 신문으로, 언문일치의 선구가 된 점, 글귀를 띄어 써서 문체의 새 스타일을 만든 점, 4면에 영문란을 두어 우리나라의 사정을 외국에 소개한 점 등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주요한이 참여한 『독립신문』은 1919년 8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창간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이다. 처음에는 『독립』이란 제호로 발행하였으나, 1919년 19월 일본총영사의 발행 금지 요구를 계기로 『독립신문』이라 개제하고 더욱 활발히 활동하였다. 이광수가 주필이었고, 주요한·이영렬·옥관빈 등이 주요 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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