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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시가의 정수

백발가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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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가

 

백발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다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로구나

분수(汾水)의 추풍곡(秋風曲)

한무제의 설움이라

장하도다

백이 숙제 수양산 깊은 곳에

채미(采薇)하다가 아사(餓死)를 한들

초로 같은 우리 인생들은

이를 어이 알겠느냐

야야 친구들아

승지강산 구경가자

금강산 들어가니

저청이 경산이요

곳곳마다 경개로구나

계산파무(稽山罷霧) 울차아(鬱嵯峨)

산은 층층 높아 있고

경수무풍(鏡水無風) 야자파(也自波)

물은 술렁 깊었네

그 산을 들어가니

조그마한 암자 하나 있는데

여러 중들이 모여들어

재맞이 하느라고

어떤 중은 남관(藍冠) 쓰고

어떤 중은 법관(法冠) 쓰고

또 어떤 중 다리 몽둥 큰 북채를

양손에다가 쥐고

북을 두리 둥둥

목탁 따그락 뚝딱

죽비는 좌르르르 칠 적에

탁자 위에 늙은 노승 하나

가사(袈裟) 착복(着服)을 어스러지게 매고

구부 구부 예불을 하니

연산모종(煙山暮鐘)이라 하는 데로구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이해와 감상

백발을 한탄하는 내용의 단가이다. 판소리를 부르기 앞서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단가의 하나이다. 2소박 12박의 중모리 장단에 솔라도레미의 평우조로 부른다. 백발가는 두 가지 계열로 나누어 진다. 첫째는 고금의 영웅이나 호걸들도 하얗게 세어가는 머리카락은 어찌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임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경우이다. 이는 단가 공도라니, 귀불귀와 같은 계열에 해당한다. 공도라니공도라니 백발이요 면치 못할 것은 죽음이라의 가사로 시작하여 고금 영웅과 호걸을 나열해 나가며, 귀불귀어와 청춘 소년님네 백발보고 웃들 마소로 시작하여 역시 여러 영웅 호걸을 나열한다. 시작 부분이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둘째는 전반부에는 백발 한탄을 노래하고 후반부에는 승지강산을 구경하러 다니다가 절의 재맞이 장면을 구경하는 내용이 붙어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 백발 한탄 부분이 짧게 처리되고, 오히려 재맞이 장면이 길게 확대되어 있는데, 근대 명창일수록 이러한 단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영웅 호걸의 나열보다는 여러 악기를 연주하며 재를 올리는 장면의 묘사가 더 현실적이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앞 부분은 백발가의 전형적인 내용이지만 재맞이 부분은 단가 사창화류와 같다.

 

* 현황 : 명창 박녹주가 만년에 백발가를 불러 청중을 울린 적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 곡은 귀불귀로서 공도라니계열의 단가이다. 귀불귀는 박녹주가 주로 불렀던 곡이다. 백발가는 근대 명창 중 박봉술, 오정숙 등이 자주 불렀는데, 박봉술의 백발가공도라니와 같은 계열에 속하고 오정숙은 사창화류와 섞인 계열에 해당한다. 박봉술은 백발가이외에 사창화류를 독립적으로 노래하고 있어서 두 곡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 참고문헌 : 판소리단가(정양, 최동현, 임명진, 민속원, 2003), 가창대계(이창배, 홍인문화사,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