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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완벽정리] 산유화 - 김소월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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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

 

핵심정리

* 성격 : 민요적, 전통적, 관조적, 낭만적

* 어조 : 애상적인 독백체의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1) 3음보 율격으로 동량(同量)적 반복에 따른 대립 구조

2) 감정 이입의 수법

3) 감정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만 제시함

4) 반복을 통한 단순미의 실현

* 구성 : 1연과 4, 2연과 3연은 선() 대칭 구조임

* 제재 : 산에 있는 꽃과 새

* 주제 : 고독하고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 (존재의 근원적 고독)

* 특징 :

1) 전체 연의 배열이 대칭 구조로 균형미를 이룸 (수미상관, 수미쌍관)

2) 운율감을 위한 시어의 변형과 배열의 변화 : 갈 봄 여름 없이

3) 반복과 변조에 의한 운율 형성

* 출전 : 진달래꽃(1925), 영대 3(1924)

 

2. 이해와 감상

진달래꽃과 더불어 소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시는 압축의 문학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만큼 간결한 언어를 쓰고 있으나, 그 함축적 의미는 어떤 작품보다 깊고 오묘하다. 또한 순수한 모국어로 보편적인 정감을 전통적인 3음보의 가락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이 시에서 순수하고 아름답고 외롭게 살아가는 자신을 산유화를 통해 객관적으로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시를 통하여 우리는 소월의 진실한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는 산에 피는 꽃을 보며 이 세상 모든 존재의 근원적 고독감을 노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인간사가 전혀 배합되지 않은 듯하면서도 고도의 상징성과 시인의 존재 의식이 면밀히 담겨 있는 시이다.

 

3. 심화 감상

1920년대 낯설과 관념적인 한국어들이 문학 세계를 지배할 때, 쉽고 간결한 시어를 구사하여 깊은 명상과 사색적인 깨달음의 세계를 보여주는 시이다.

산에는 꽃이 핀다는 사실에서 시작하여, 민요적인 운율 속에 존재의 근원적 생명력과 고독감을 시적으로 놀랍게 형상화한 이 시는 산과 꽃이라는 다소 추상화된 세계 속에서 계절과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생명을 영원히 반복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러나 2연에서 시적 화자와 존재의 근원인 꽃은 저만치라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을 존재의 비극으로 볼 것이냐 합일되지 못하기에 오히려 존재의 근원적 고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으로 이해할 것인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열린 공간이다.

3연에서 시적 화자의 분신을 닮은 작은 새를 등장시켜 존재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으나, 역시 새와 시적 화자의 거리감만큼 존재와의 화해는 완벽하지 앟다. 그리고 4연에서 꽃이 진다는 것의 영원함을 강조하여 1연과의 시적 통일성을 시도하고 있다.

쉽고 간결한 표현과 함께 꽃이 피고 진다는 자연 현상에서 존재의 근원적 고독감으로 전개해 나간 보편적인 시적 진리의 깨달음은 비록 깊은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4. 형식상 특징

이 시는 거의 완벽하게 균형 잡힌 형태미를 가지고 있다. 각 연이 동일하게 4줄씩 배분되어 등량구조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1, 2연과 3, 4연을 반으로 접었을 때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역대칭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회화적 균제미까지도 고려하였다. 1연과 4연이 수미쌍관의 구조를 이루면서 피네, 지네를 반복함으로써 자연의 순환이 가진 영원성을 구조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시의 구조 속에서 조화롭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시인의 형이상학적 사색의 깊이가 담겨 있는 것이다.

 

5. 산에는 피고 지는 꽃의 영원성

존재는 소멸함으로 비로소 다시 그 영원함을 얻어 낸다는 시적 발견의 결론이다. 항상 새롭게 존재를 소멸하여 감으로 역설적으로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의 영원함을 확인한다는 진리는 불교적 깨달음이며, 근원적 고독감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이다. 꽃이 피어나는 현상은 곧 꽃이 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이러한 만물의 유전 속에서 시적 화자의 고독감은 그러한 영원한 순환과 자신이 분열되어 있다는 괴리감에서 시작된다.

 

6. 해석 방법에 따른 시어의 상징적 의미

주제 저만치 혼자서
인간과 자연과의 거리 자연의 세계 자연 인간, 시적 화자 자연과 인간의 거리
존재의 근원적 고독 우주, 세계 모든 존재 대상 주변의 다른 존재 존재의 본질적 고독
즉자적 삶에 대한 동경 자연의 세계 자연, 즉자적 존재 인간, 대자적 존재 즉자적 존재와 대자적 존재의 차이

저만치의 다양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과 자연의 거리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고 싶어하나 자연과 완전히 합일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둘째, 인간과 자연의 존재론적 차이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인간은 대자적 존재로 자유 의지에 의해 스스로 자기를 창조하나 이 자유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한편 꽃은 즉자적 존재로 순전히 자기 외적인 힘에 의해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의 존재 양식에 부러움과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저만치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셋째, 꽃과 꽃들 사이의 거리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이때 꽃은 인간을 비유한 말로 세상 사람들과 떨어져 고독하게 살아가는 존재를 의미하게 된다.

 

7. 소월 시의 언어

1920년대의 시는 김동인이 말한 바와 같이 일본어로 생각하고 조선어로 번역하여 글을 쓰는 이중적인 문학 사유의 딜레마에서 출발한다. 놀라운 어학적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의 시에 담긴 시어들의 대다수가 고유어이며 변방의 언어인 평안도라는 가장 탄압받던 지역의 한과 설움의 정서를 한국인 전체의 정서로 끌어올린 시인 것이다.

소월은 다소 비사교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의 성격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는 일단 가혹한 식민지 현실 및 그로 인한 생활고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일본낭인들에게 변을 당하여 정신 이상자로 평생을 살았던 것도 그의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이유 대문인지 소월의 시는 그 느낌이 밝지 않고 대체로 슬프고 어두우며 고독감을 노래한 것이 많다.

 

8. 소월 시의 율격

소월 시는 대부분 7.5조의 음수율과 3음보의 음보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7.5조의 음수율은 우리 전통 율격이 아니라 일본 시가의 율격이다. 그런데도 7.5조의 율격이 우리 시가에 쉽게 수용된 이유는 7.5조가 3.4.5(4.3.5)3어절로 분해되어 민요의 전통 율격인 3음보에 부합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산유화에서 7.5조는 다양한 변조를 통해 기계적인 정형성을 탈피하고 유려한 리듬감을 획득하고 있다.

 

9. 소월 시의 시사적 위치

소월의 시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와 민요적 윩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의 시는 그리움, 슬픔, 외로움 등 비극적인 한의 정서를 표현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으며, 더 나아가 험난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고자 하는 초극의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제 강점기라는 당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였다.

특히, 소월의 시는 1920년대 서구 편향의 시단 형성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정서와 가락에 바탕을 둔 뛰어난 작품들을 창조해 냄으로써 민족시·민중시의 소중한 전범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시사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10. 상호텍스트

1) 신석초, 꽃입절구 : 잠시 피었다가 지는 순간적인 존재가 갖는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꽃도 산유화에 나오는 꽃처럼 혼자 외롭게 피어 있는 존재이다. 또한 마냥 붉게 타다가 가는순간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산유화의 꽃이 비극성을 띠고 있는 것에 비해 꽃잎절구의 꽃은 환한 목숨이 암시하듯이 밝고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1. 연습 문제

1) 이 시가 인간 존재의 모습을 암시한 것이라면 인간 존재의 어떤 측면을 이야기하는지 말해보자.

- 이 시에서 꽃은 계속 피어났다가 진다. 이것은 대자연의 섭리이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가 곧 사라지지만 생명의 흐름은 끊이지 않는다. 인간도 하나의 생명체로서 태어났다가 죽는다. 인간의 수명이 길다고 볼 수 있으나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면 역시 순간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한 개체로서의 인간은 순간적인 존재이지만 새로운 생명에 의해 인간은 영원히 이어지고 있다.

2) ‘저만치저만큼이나 저렇게로 해석할 때 이 시 전체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 ‘저만큼은 주로 거리감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며, ‘저렇게상태모양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저만큼으로 풀이하는 것은 화자의 사이의 거리감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며, ‘저렇게로 풀이하는 것은 꽃이 홀로 서 있는 상태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다.

3) ‘산유화의 음보는 3음보격으로 구사되고 있다. 그러나 3음보격을 기계적으로 배열하지 않고 각 시행에 적절하게 배분하여 낯설게 하기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시 전체를 음보로 나누어 살피고, 음보의 배열이 시 전체의 의미 구조를 강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말해보자.

- 3음보에 맞추어 시를 바꾸어 보면 이상과 같이 행을 재배열할 수 있다. 이러한 산문적 배열에 따르면 꽃의 피고 짐이라는 자연의 순환과 갈 봄 여름 없이라는 계절의 순환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없다. 또한 산에 피는 꽃이 인간 세상과 격리되어 거리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산에 / 산에와 같이 장소를 강조해 주는 것이 그 의미를 뚜렷하게 제시할 수 있다.

4) 산유화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끊어 읽어보고 그 차이점을 말해보자.

- 산에는 / / 피네 / 꽃이 / 피네 / / / 여름 / 없이 / 꽃이 / 피네

- 시적 정서의 긴밀함이 없어지는 대신 존재의 개별성과 고독감이 잘 드러난다.

5)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어떤 점에서 화자의 정서와 비슷한가 설명해보라.

- 여러 꽃들을 떠나서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사람들으 멀리하고 혼자서 산 속에 살고 싶어 하는 화자의 고독한 정서와 일치한다.

6)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계절상의 순서를 무시해가면서까지 갈 봄 여름 없이라고 한 까닭은 무엇인지 설명해보자.

- 운율상의 고려 때문

7) 시적 화자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시어를 찾아 쓰라.

-

8)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심정을 60자 내외로 쓰라.

- 화자는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과 합일되고 싶어하나 그러지 못하는 데에서 안타까워한다.

9) ‘산유화에서 으로 표상되는 세계는 어떠한 세계인지 설명해보자.

- ‘1차적으로 시적 자아가 현존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대상이다. 그러나 시의 심층적 의미를 들여다볼 때, ‘은 세상의 모든 만물과 존재의 만상을 다 포괄하고 있는 우주적 공간인 동시에 시적 자아가 관조하고 있는 구체적 삶의 터전으로서 시적 자아의 인생관, 자연관이 반영되어 있다.

10) 신석초의 꽃잎절구산유화에 나오는 꽃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 ‘꽃잎절구에 나오는 꽃도 산유화에 나오는 꽃처럼 혼자 외롭게 피어 있는 존재이며, ‘마냥 붉게 타다 가는순간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산유화의 꽃이 비극성을 띠고 있는 데 비해 꽃잎절구의 꽃은 환한 목숨이 암시하듯이 밝고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