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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완벽정리] 왕십리 - 김소월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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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소월

 

핵심 정리

* 제재 :

* 주제 : 유랑의 비애

* 특징 : 이 시는 김소월이 많이 다룬 주제 중의 하나인 유랑의 비애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왕십리란 구체적인 장소라기보다는 시적 화자가 가고 싶어 하는 관념적 세계와의 거리감을 나타낸다. 가도가도 왕십리라는 것은 자기가 안주하고 싶어하는 세계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1연에서는 계속해서 내리는 비에 떠돌이인 시적 화자의 비애가 서로 맞물려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이왕 내릴 비라면 한 닷새 왔으면 좋겠다고 화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비를 핑계로 차라리 갈 길을 미루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연은 이러한 사실을 바닷가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되어 생겨난 말로 드러낸다. , 여드레 스무 날에 조수가 가장 낮아 비가 조금만 와도 마른 강에 물이 금방 차 조개 채취에 지장을 받는데, 이때가 되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비가 꼭 온다. 반대로 조수가 높아 일을 쉴 만한 보름과 그믐 때에는, 와도 좋은 비가 오지 않고 그냥 간다. 이렇듯 비마저도 사람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지게 빗나가는데, 오늘 따라 쉬기에는 갈 길이 아쉽고 가자니 온몸을 나른하고 늘어지게 만드는 비가 계속해 서 내려 시적 화자를 우울하게 한다.

이러한 비애는 3연의 벌새에 감정이입되는데 벌새는 시적 화자의 현재 처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대상이다. 화자는 모든 슬픔과 울음을 목적지인 왕십리에 도착한 이후로 미루고 싶어한다. 그래서 저 새야 / 울려거든 /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비는 천안에도 내리고 있고 구름도 산을 넘지 못하고 산마루에 걸려서 울고 있다.

이것 역시 시적 화자의 정서가 대상에 투영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화자는 다시 또 서글피 노래한다. 차라리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라고.

* 출전 : 신천지(1923)

 

2.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7.53음보의 민요적 율조의 변조를 기본으로 소박하고 꾸밈없는 서민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는 누군가를 보내기 싫어하는 시적 화자가 비를 핑계 삼아 머물게 하였으면 하는 심정을 드러낸다. 이 시에서 화자는 초하루 삭망이면떠나야 하고 여드레 스무 날엔온다고 했던 그의 약속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한 닷새 비가 와서 그동안 떠나지 못하고 더 머무르다 가게 되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게 될뿐더러 혹 운이 좋으면 아예 한 번 갔다 오는 일을 포기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낮에는 배가 고파서, 밤에는 임이 그리워서 운다는 벌새의 울음은, 애절한 기다림의 고통을 환기시킨다. 문득 불안감을 느낀 화자는 벌새에게 저 먼 왕십리로 가서 울어달라고 부탁한다. 4연에서는 갑자기 비에 젖어 늘어진 천안 삼거리의 실버들이 등장한다. 여로의 중심인 천안 삼거리의 젖은 버들은, 비 때문에 갈 길을 멈추고 주막에서 쉬어야 하는 나그네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비 때문에 임도 그랬으면 하게 되고, 그런 마음으로 비가 한 닷새 왔으면 하고 빌어본다. 다행히 짙은 구름은 산마루에 걸려 여전히 비를 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