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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완벽정리] 봄은 간다 - 김억 (전문/해석/원문파일) 봄은 간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김억 핵심 정리 * 성격 : 감상적, 애상적, 상징적 * 어조 : 독백적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1) 두운 : 양성 ㅏ와 ㅗ의 불규칙적 배치 2) 각운 : 각 연 마지막 –다, -ㄴ데, -음/움 3) 각 연 2행 대구를 취함 4) 정형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자유시의 형태를 지녔음 * 제재 : 봄밤의 슬픈 감정 * 주제 : 상실한 자가 느끼는 봄밤의 애상적 정서 * 특징 1) 감정 이입의 수법을 사용함 2) 연의 통일성을 의식했으며 각운을 사용함 3) 형태상 2음보의 율격을..
역(驛) - 한성기 (전문/해석/원문파일)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 비가 오고 ‧‧‧‧‧‧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驛)처럼 내가 있다. (『문예』 14호, 1952.5) * 한성기 : 함경남도 정평 출생(1923), 함흥사범학교 졸업, 『현대문학』에 시 「꽃병」이 추천되어 등단(1955), 충남문화상 수상(1956), 한국문학상 수상(1975), 조연현문학상 수상(1983), 사망(1984). ◈ 해석 화자는 자신을 ‘조그마한 역’에 비유하고 있다. 크고 번화한 역사가 아닌, ‘의지할 의자 하나 없’는 ‘빈 대합실’의 외롭고 공허한..
국제열차(國際列車)는 타자기(打字機)처럼 - 김경린 (전문/해석/원문파일)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 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街路)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說話)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不安)과 예절(禮節)과 그리고 공포(恐怖)만이 거품 일어 꽃과 태양을 등지고 가는 나에게 어둠은 빗발처럼 내려온다. 또다시 먼 앞날에 추락(墜落)하는 애정(愛情)이 나의 가슴을 찌르면 거울처럼 그리운 사람아 흐르는 기류(氣流)를 안고 투명(透明)한 아침을 가져오리. (9인 시집 『현대의 온도』, 1957) * 김경린 : 함경북도 경성 출생(1918),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토목과 졸업, 공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발간(1949), 제5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문..
기도 - 구상 (전문/해석/원문파일)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시집 『초토의 시』, 1956) * 구상 : 구상준(具常浚). 함경남도 원산 출생(1919), 일본 니혼(日本)대학 종교학과 졸업, 동인지 『응향』에 시 「길」, 「여명도」, 「밤」을 발표하여 등단(1946), 『응향』에 게재된 작품으로 소위 반동 작가로 낙인되어 월남(1947), 서울시문화상 수상(1957..
초토(焦土)의 시 ‧ 8 ― 적군 묘지 앞에서 - 구상 (전문/해석/원문파일)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드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三十) 리면 가루 막히고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北)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 놓아 버린다. (시집 『초토의 시』, 1956)..
초가(草家) - 이육사 (전문/해석/원문파일)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 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 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墨畫) 한 폭 좀이 쳐. 띄엄 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 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래짠* 두 뺨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넷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에 씨레나무 밀려 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 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 달에 서릿발 잎 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이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에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洞里)의 밀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다. (『비..
통곡(痛哭) - 이상화 (전문/해석/원문파일)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개벽』 55호, 1925.1) * 이상화 : 상화(尙火, 想華). 무뉘. 무성(無星). 백아(白啞). 대구 출생(1901), 중앙학교 입학(1915), 3·1운동 때 대구에서 거사하려다 실패(1919), 문학 동인지 『백조』 동인(1922), KAPF에 참여(1925), 의열단 이종암 사건으로 구금(1927), 중국으로 건너감(1935), 귀국 후 체포되어 옥고를 치름(1936), 사망(1943). ◈ 해석 화자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현실에 대한 절망감으로 인해 슬퍼하지만, 마냥 평화로운 세계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부조리와 문제..
가장 비통한 기욕(祈慾) - 간도 이민을 보고 - 이상화 (전문/해석/원문파일)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가도다 잊음 속에 있는 간도(間島)와 요동(遼東)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겨 가도다 진흙을 밥으로, 해채*를 마셔도 마구*나, 자졌드면, 단잠은 얽맬 것을 ―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주린 목숨, 뺏어 가거라! 아, 사노라, 사노라, 취해 사노라 자폭(自爆) 속에 있는 서울과 시골로 멍든 목숨 행여 갈까, 취해 사노라 어둔 밤 말없는 돌을 안고서 피울음을 울으면, 설움은 풀릴 것을 ―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취한 목숨, 죽여 버려라! (『개벽』 55호, 1925.1) * 기욕 :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 * 해채 : 시궁창에 고인 더러운 뻘물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또는 맵고 쓴 나물. * 마구 : 마구간. * 검 : 신(神) 또는 조물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