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실로 - 이상화 (전문/해석/원문파일)
― 가장 아름다고 오랜 것은 오직 꿈속에만 있어라 : 내말 ―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眞珠)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찬송(讚頌) - 한용운 (전문/해석/원문파일)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金)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珊瑚)가 되도록 천국(天國)의 사랑을 받으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義)가 무거웁고 황금(黃金)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福)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梧桐)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光明)과 평화(平和)를 좋아하십니다. 약자(弱者)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慈悲)의 보살(菩薩)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시집 『님의 침묵』, 1926) * 한용운 : 한정옥(韓貞玉). 만해(萬海). 한유천(韓裕天). 충청남도 홍성 출생(1879), 동학에 가담하였으나 운동이 실패하자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감(..
복종 - 한용운 (전문/해석/원문파일)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 한용운 : 한정옥(韓貞玉). 만해(萬海). 한유천(韓裕天). 충청남도 홍성 출생(1879), 동학에 가담하였으나 운동이 실패하자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감(1896),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 선언서」에 서명(1919), 신간회 중앙 집행위원(1927), 월간지 『불교』 발행인(1930), 사망(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