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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산문의 정수

삼국유사(三國遺事) - 탈해왕(脫解王)

※ '탈해왕(脫解王)'은 '삼국유사' 제1권에 실려 있다.

 

  신라 제2대 남해왕(南解王) 때의 일이다. 가락국(駕洛國) 해변에 낯선 배 한 척이 떠내려 왔다. 수로왕과 신하들이 나가 맞으려 하였는데 그 배는 쏜살같이 떠내려가 신라 계림의 아진포(阿珍浦)’라는 곳에 닿았다.

  아진포에는 고기잡이를 하는 노파 한 분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바닷가에서 까치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가 보았더니, 배 한 척이 닿아 있고 그 안에는 큼직한 궤짝 하나가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거기에는 잘생긴 남자 아이 하나와 금은 보화 및 하인들이 들어 있었다. 아이는 7일 후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본래 용성국(龍城國) 사람이며 함달파왕(含達婆王)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함달파왕은 적녀국(積女國)의 공주를 비()로 삼았으나 늦도록 아들이 없어 기도를 올린 끝에 7년 만에 커다란 알 하나를 낳았다. 함달파왕이 신하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자 모두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하여 보물과 노비와 함께 알을 배에 실어 바다로 떠내려 보냈다. 그러자 용이 나타나 배를 호위해 이곳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남해왕에게도 알려졌다. 남해왕은 그가 어질다는 말을 듣고 첫째 사위로 맞이하였다. 그리고 까치가 궤짝을 열게 하였다 하여 까지 작()’ 자에서 새 조()’ 자를 뗀 석()을 성으로, 궤짝을 열고 알에서 벗어났다 하여 이름을 탈해(脫解)라 하였다.

  하루는 탈해가 산에 올라갔는데 목이 말랐다. 그래서 백의(白衣)라는 사람을 시켜 물을 떠오게 하였는데, 백의는 물을 떠오다가 도중에 먼저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자 표주박이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백의는 입에 표주박을 붙인 채 탈해에게 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탈해가 백의에게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고 용서해 주자 표주박이 떨어졌다.

  그런 일이 있고 나자 사람들은 탈해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그 후 남해황이 승하하자 탈해는 왕위에 올랐다.

  탈해는 왕위에 오른 지 23년 후에 승하하여, 그 시신을 구릉(九陵)에 장사 지내려고 하는데, 혼령이 나타나 매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이상하여 무덤을 파 보았더니 뼈가 살아 있을 때처럼 전부 붙어 있었다. 그래서 뼈를 갈아 소상(塑像)*을 만들어 간직했다 한다.

 

* 소상

미술찰흙으로 만든 형상. 중국 당나라 때에는 불상이 찰흙으로 많이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주로 조각, 주물의 원형으로 사용된다. 인물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