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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산문의 정수

삼국유사(三國遺事) - 백월산(白月山)의 두 성인(聖人) 노힐부득(努肹夫得)과 달달박박(怛怛朴朴)

※ '백월산(白月山)의 두 성인(聖人) 노힐부득(努肹夫得)과 달달박박(怛怛朴朴)'은 '삼국유사' 제3권에 실려 있다.

 

  옛날 당() 나라의 황제가 연못 하나를 팠다. 그런데 매월 보름 전 달 밝은 날이면 그 연못 속에 아름다운 산 그림자 하나가 비치는 것이었다. 산에는 사자처럼 생긴 바위 하나가 꽃 사이로 은은하게 보였다.

  이상하게 여긴 황제는 화공(畫工)을 시켜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신하들을 시켜 찾아보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한 신하는 신라까지 오게 되었다. 그림과 같은 산은 구사군(仇史郡) 북쪽에 있는 화산(花山)이었다. 사신은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아 자기의 신발 한 짝을 벗어 사자 바위 꼭대기에 걸어 놓고 당나라로 돌아가 그런 사실을 아뢰었다. 황제는 그 산을 백월산(白月山)’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그 후부터는 산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다 한다.

  한편, 백월산 동남쪽 마을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란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노힐부득은 희진암에, 달달박박은 유리광사에 거처하면서 불도를 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금색 찬란한 팔이 머리를 어루만져 주는 꿈을 꾸었다. 이튿날 두 사람은 꿈 이야기를 하고는 무등곡(無等谷)이란 곳으로 옮겨갔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골짜기에 암자를 짓고 거처하면서 득도(得道)하기를 기원했다.

  3년이 채 못된 성덕왕 848일 밤이었다. 20세쯤 되는 여인이 달달박박의 암자를 찾아와 하룻밤 재워 주기를 청했다. 달달박박은 이를 거절했다. 신성한 절에 여인을 재울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여인은 다시 노힐부득을 찾아갔다. 노힐부득은 선뜻 들어오라며 맞아들였다. 여인은 산기(産氣)가 있다며 짚자리를 깔아 달라고 청했다. 노힐부득은 애욕의 마음을 애민(哀憫)의 마음으로 바꾸어 유혹을 견뎌 냈다. 노힐부득은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침내 아주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여인은 목욕물을 준비해 달라고도 부탁했다. 노힐부득은 목욕통에 물을 가득 채워 주었다.

  여인이 몸을 담그자 목욕물 속에서 갑자기 향기가 물씬 풍기고 물이 금빛으로 변했다. 깜짝 놀란 노힐부득을 보고 여인은 목욕하기를 권했다. 할 수 없이 통 속으로 들어가자 노힐부득의 몸도 금빛으로 되었다. 여인은 바로 관음보살이었던 것이다.

  이튿날 노힐부득을 찾아온 달달박박은 금빛 찬란한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힐부득은 친구에게 남아 있는 금물에 목욕하기를 권했다.

  그래서 달달박박 역시 금빛 부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