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봄은 간다 - 김억 (전문/해석/원문파일)

봄은 간다.hwp
0.02MB
봄은 간다.pdf
0.05MB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태서문예신보9, 1908.11.)

 

 

* 김억 : 김희권. 안서. 안서생. AS. 평안북도 정주 출생(1886), 오산중학 입학(1907), 게이오 의숙 영문과 입학(1913), 동경 유학생 기관지인 학지광미련, 이별발표(1914), 오산학교 교사로 부임, 김소월 지도(1916), 폐허, 창조동인(1920), 동아일보사 학예부 기자(1924), 6·25 때 납북(1950)

 

 

해석

이 시는 최초의 자유시로 평가받는 주요한의 불놀이보다도 두 달 앞서 발표되었다. 기존의 신체시에서 지적되는 계몽성을 탈피하고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상징적 수법을 통해 보여준다.

이 시는 늦은 봄날 밤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느낀 상실의 슬픔을 여성적 어조로 나타내어 우리 전통의 상실과 체념의 미학을 계승하고 있다.

애달픈데’, ‘생각인데’, ‘아득이는데’, ‘슬피 운다’, ‘탄식한다등의 주관적 하강의 감정어와 간다’, ‘떠돈다’, ‘빗긴다’, ‘떨어진다등의 객관적 하강의 상태어의 결합을 통해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이는 암울한 시대 인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은 당시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으며, 계절적 배경인 오는 봄이 아닌, ‘가는 봄으로서 덧없이 흘러가 버리는 상실의 존재로 볼 수 있다. 봄밤은 모든 것을 상실한 고뇌의 현실을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수동적인 자세로 탄식하는 데에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시행 배열의 규칙성, 대구법의 남발, 의도적인 각운법, 불필요한 이미지의 반복, 감정의 무절제한 표출 등으로 작품의 전체 구조가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감정 이입(‘)과 공감각적 이미지(‘종소리 빗긴다’)는 동시대 시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 작품만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