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의 정수/고전산문의 정수

삼국유사(三國遺事) - 선덕여왕지기삼사(善德女王知幾三事)

※ '선덕여왕지기삼사(善德女王知幾三事)'는 '삼국유사' 제1권에 실려 있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善德女王)은 진평왕(眞平王)의 딸로서 선견지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세 가지 일을 예견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한 번은 당 태종(唐太宗)이 붉은색, 자색, 흰색의 빛깔을 가진 모란꽃 그림과 함께 꽃씨 세 되를 보내 왔다. 그 그림을 본 선덕여왕이 이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다.’ 하였다. 이듬해 꽃씨를 뿌려 늦봄에 꽃이 피었는데 과연 향기가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신하들에게 여왕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란꽃 그림을 자세히 보면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다. 꽃에 향기가 있다면 어찌 나비가 모여들지 않겠느냐? 이는 당 태종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나를 조롱하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얼마 후의 일이었다.

  영묘사(靈妙寺)의 옥문지(玉門池)라는 연못에서 한겨울인데도 개구리들이 3~4일 동안 계속해서 울어대는 것이었다.

  이를 심상치 않게 여긴 신하들이 여왕에게 아뢰자, 여왕은 급히 각간(角干)인 알천(閼天)과 필탄(弼呑)을 불러 명명하였다.

  “얼른, 정병(精兵) 이 천 명을 이끌고 교외에 있는 여근곡(女根谷)으로 가거라. 그 곳에 적군이 숨어 있을 것이다.”

  여근곡은 부산(富山)’이란 산 아래에 있는 골짜기이다. 두 장수가 군사 1,000명씩을 데리고 그 골짜기를 뒤졌더니 과연 백제 군사 500명이 숨어 있어 일제히 공격하고, 남산 고개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백제의 장수 우소도 죽였다.

  이어서 백제군 1,300여 명이 습격해 왔으나 역시 잠복해 있던 신라군에게 섬멸되었다.

  여왕은 이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신하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개구리가 성을 내어 우는 모습은 마치 적군 병사의 형상과 같다. 옥문지의 옥문은 여근(女根)이다. 그러니 여근곡이 아니겠느냐?”

  어느 날 선덕여왕은 신하들을 불러,

  “내가 아무 날 죽거든 낭산(狼山) 남쪽에 있는 도리천(忉利天) 가운데 묻으라.”

  하여 자신이 죽을 날을 미리 알고 유언하였다 한다.

  그 후, 문주왕은 선덕여왕의 능 아래에 사천왕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