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문대왕(景文大王)'은 '삼국유사' 제2권에 실려 있다.
신라 48대 경문왕의 이름은 응렴(膺廉)이다. 18세에 화랑이 되었다. 20세 때 헌안왕(憲安王)이 궁중으로 불러 잔치를 베풀어 주면서 물었다.
“화랑으로서 사방을 유람하며 특이한 일을 본 것이 없는가?”
“행실이 아름다운 세 사람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인가?”
“한 사람은 남의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항상 겸손하였으며, 다음 한 사람은 부자인데도 검소하였으며, 마지막 사람은 귀족인데도 위세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헌안왕은 그 말을 듣고 김응렴이 현명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래서 두 공주 가운데 하나를 김응렴에게 하가(下嫁)시키고자 했다.
궁궐에서 물러나온 김응렴은 집안 사람들과 그 문제를 의논했다. 가족들의 의견은 아름다운 작은 공주를 아내로 맞으라는 것이었다. 큰공주는 얼굴이 아주 못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낭도(郎徒)의 우두머리로 있는 범교사(範敎師)[삼국사기에는 범교사가 승려라고 되어 있음]가 찾아왔다.
범교사는 김응렴의 말을 듣더니 맏공주에게 장가를 들면 세 가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김응렴은 범교사의 말대로 맏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아들이 없는 헌안왕은 석 달 후 맏사위에게 왕위를 전하고는 죽었다.
김응렴이 왕위에 오르자 범교사가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제가 말한 세 가지 좋은 일이 다 이루어졌습니다.”
“그래, 대체 세 가지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
“들어 보십시오. 맏공주를 택했기 때문에 왕위를 오른 것이 첫 번째 좋은 일이며, 이제는 아름다운 작은 공주를 둘째 비(妃)로 맞을 수 있게 된 것이 두 번째 좋은 일이며, 못생긴 공주를 택함으로써 왕과 공주를 기쁘게 해 드린 것이 세 번째 좋은 일입니다.”
경문왕은 범교사에게 대덕(大德)이라는 벼슬과 금 130냥을 내려 주었다.
경문왕은 이 밖에도 많은 일화를 남겼다. 왕의 침실에서는 매일 밤 많은 뱀들이 모여 들어 궁인들이 놀라 쫓아내려 하면 왕은 이렇게 말했다 한다.
“그냥 두어라. 나는 뱀이 없으면 편히 잠을 자지 못한다.”
그래서 왕이 잠들 때 보면 뱀들이 온몸을 기어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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