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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산문의 정수

삼국유사(三國遺事) - 김알지(金閼智)

※ '김알지(金閼智)'는 '삼국유사' 제1권에 실려 있다.

이 설화 역시 박혁거세 설화나 고주몽 설화와 같은 천손강림(天孫降臨) 설화이다.

 

  신라 탈해왕 484일의 일이었다[삼국사기에는 탈해왕 9년으로 되어 있음]. 대신인 호공(瓠公)이 월성(月城) 서쪽 마을을 지나다가 시림(始林) 숲 가운데 환한 빛이 비추고 하늘에서 자줏빛의 상서로운 기운이 땅까지 뻗쳐 있는 것을 보았다.

  호공은 탈해왕에게 살던 집을 빼앗긴 사람이다. 탈해가 아직 왕이 되기 전 토함산에 올라가 서라벌 장안을 살펴보니 눈에 뜨이는 좋은 명당 자리가 하나 있었다. 찾아가 보니 바로 호공의 집이었다. 탈해는 몰래 그 집 마당에 숯과 숫돌을 묻어 놓은 다음 호공을 불러 이 집이 바로 자기 조상이 살던 집이니 비워 달라고 억지를 썼다. 호공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탈해가 숯과 숫돌을 증거로 제시하여 재판에서 이기는 바람에, 그 집을 빼앗기고 말았다.

  호공은 빛이 나는 곳으로 가 보았다. 나뭇가지에 황금 궤 하나가 걸려 있어 빛을 내고 있고, 그 나무 아래에는 흰 닭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호공에게서 이런 사실을 들은 탈해왕은 친히 시림에 행차하여 조사에 나섰다. 궤를 내려 열어 보니 안에 누워 있던 동자(童子)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동자는 얼굴이 잘생기고 영특해 보였다. 탈해왕은 신하들에게,

  “이 아이는 필시 하늘이 나에게 보내 준 아이일 것이다.”

  하고는 데려다 길렀다. 아이를 궁궐로 데리고 올 때는 새와 짐승이 뒤따르면서 기뻐하였다 한다.

  그리고 이름을 알지라고 했는데 이는 방언(方言)으로 어린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또 알지는 금빛 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씨(金氏)’라 하고 시림(始林)에서 흰 닭이 울었으므로 시림을 계림(鷄林)으로 고쳤다.

  왕은 좋은 날을 가려 그 아이를 태자(太子)로 책봉하였는데, 그는 후에 태자 자리를 파사(婆娑)에게 양보하고 왕위에 오르지는 않았다.

  알지가 열한(熱漢)을 낳고, 열한은 아도(阿道)를 낳았으며, 아도는 수류(守留)를 낳고, 수류는 욱부(郁部)를 낳았으며, 욱부는 구도(俱道)를 낳고, 구도는 미추왕(味鄒王)을 낳았다. 미추왕 때 비로소 김씨 왕이 즉위했는데 신라의 김씨 왕은 모두 김알지에게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