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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고전산문의 정수

삼국유사(三國遺事) - 진성여왕(眞聖女王)

※ '진성여왕(眞聖女王)'은 '삼국유사' 제2권에 실려 있다.

 

  신라 제51대 진성 여왕이 즉위하자 유모인 부호부인(鳧好夫人)과 그의 남편 위홍(魏弘) 등이 정권을 쥐고 흔들어 나라가 어지러워졌다. 그래서 사방에서 도적이 일어나 인심이 흉흉하게 되었다.

  어느 날, 거리에서 왕과 권신(權臣) 등을 비난하는 투서(投書)가 발견되었다. 권신들은 이를 평소 강직하기로 이름난 왕거인(王巨人)의 짓으로 돌렸다. 그래서 무고한 왕거인은 옥에 갇히고 말았다.

  왕거인은 자기의 억울한 심정을 시로 써서 하늘에 호소하였다. 그러자 벼락이 옥을 부수어 왕거인은 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때, 아찬(阿飡) 양패(良貝)는 왕의 막내아들이었다. 양패를 당나라에 사신으로 보내면서 왕은 활 잘 쏘는 사람 50명을 딸려 보냈다. 그것은 백제의 유민들이 바닷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패 일행이 곡도(鵠島)’라는 섬에 머물고 있는데 갑자기 풍파가 일어 항해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점을 쳐 보았더니 섬에 있는 신지(神池)에 제사를 지내야 된다는 것이었다.

  신지에 제사를 지내자 꿈에 노인이 나타나 활 잘 쏘는 군사 한 사람을 섬에 남겨 놓고 떠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무 토막에다 50명의 이름을 써서 물에 띄워 보기로 했다. 나무 토막이 가라앉는 사람이 남기로 하였는데 다른 사람의 것은 다 떠올랐으나 거타지란 군사의 것이 가라앉았다.

  일행은 거타지만을 남겨 놓고 섬을 떠났다. 그러나 거타지의 앞에 노인 한 분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서해의 해신이오. 매일 중 하나가 해 뜰 무렵이면 하늘에서 내려와 주문을 외면서 이 못을 세 바퀴 돕니다.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은 모두 물 위로 떠오르게 되어 그에게 간을 빼 먹히게 됩니다. 이제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아 있는데, 그 중을 쏘아 주기 바라오.”

  “활 쏘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습니다.”

  거타지는 노인의 청을 들어 주었다.

  이튿날, 과연 중이 내려와 주문을 외면서 전처럼 노인의 간을 빼 먹으려 하자 거타지는 힘껏 활을 당겼다. 화살을 맞은 중은 여우로 변해 땅에 쓰러졌다.

  노인은 고맙다면서 그의 딸을 거타지의 아내로 주었다. 거타지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자 노인은 자기의 딸을 한 송이 꽃으로 변화시켜 품고 가게 했다. 거타지는 두 마리 용의 호위를 받으면서 사신 일행을 따라갔다.

거타지가 품고 온 꽃 송이가 다시 아름다운 처녀로 변해 두 사람은 함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