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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산유화 - 김소월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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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시집 진달래꽃, 1925.)

 

 

* 김소월 : 김정식(金廷湜). 평안북도 구성 출생(1902), 오산학교 중학부 입학(1915), 배재고보 졸업(1923), 영대(靈臺)동인 활동(1924), 자살(1934).

 

해석

수미상관, 기승전결, 대칭 형식(시 전체가 산모양) 등의 형식미와 함께 함축성 있는 시어가 쓰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제목 산유화는 특정 꽃의 이름이라기보다 산에 피어 있는 꽃이라는 뜻으로 을 함께 제시하는 조어이며 모든 생명체를 대표하는 대유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대유적 표현임을 유념한다면 이 시는 ’, ‘등의 자연을 노래한 서경시에서 벗어나 존재로서의 꽃을 포괄하는 존재론의 서정시가 된다.

1연은 산이라는 꽃이 피는 사실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제시하고 있다. ‘갈 봄 여름 없이순환되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생성과 소멸이 이루어지는 자연의 원리를 보여준다.

2연의 이라는 공간 속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은 모든 존재들의 숙명적인 개채성 또는 실존적 존재성을 표상한다.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저만치는 실제의 공간적 거리라기보다는 꽃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미적 거리이자, 꽃과 꽃, 인간과 인간, 즉 모든 존재들이 숙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실존 상호간의 거리를 의미하며, 이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모든 존재의 고독한 모습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3연에서는 모든 사물의 상대적 존재성을 제시한다. ‘꽃이 좋아 / 산에서 살지만,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으로 인해 과 하나가 될 수 없으므로 는 모두 고독한 존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4연은 1연과 호응하면서 주제를 제시한다. 1연에서는 피는행위가 4연에 이르러 지는사건으로 마무리되면서 탄생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라는 우주 만상의 존재 원리를 강조한다. 화자도 자신이 저만치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유한적 존재임을 인식하고, 무한적(순환)이고 영원한 자연과 결코 합일되거나 동류가 될 수 없음에 절망한다. 그는 갈 봄 여름 없이피었다 지는 을 통하여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원리를 깊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