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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삼수갑산 - 차안서삼수갑산운 - 김소월 (전문/해석/원문파일)

삼수갑산 - 차안서삼수갑산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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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갑산 - 차안서삼수갑산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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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갑산(三水甲山)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나니 기험(崎險)타 아하 물도 많고 산첩첩(山疊疊)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드라 아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 오고 내 못 가네

불귀(不歸)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못 가네

오다 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 벗어난다 아하하

 

(신인문학3, 1934.11)

 

 

* 기험 : 산이 높고 험함.

* 산첩첩 : 산이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모양.

* 촉도지난 : 촉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 촉도는 촉(: 四川省)으로 통하는 험난한 길로, 인정과 세로(世路)의 어려움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됨.

* 김소월 : 김정식(金廷湜). 평안북도 구성 출생(1902), 오산학교 중학부 입학(1915), 배재고보 졸업(1923), 영대(靈臺)동인 활동(1924), 자살(1934).

 

해석

이 시는 삼수갑산에 유폐되어 있는 화자의 고립감과 단절감을 비통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화자가 있는 공간은 물도 많고 산첩첩인 삼수갑산이다. ‘님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 절대 고립의 장소이다. 따라서 고향으로 가고지고에서처럼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불귀의 운명을 타개할 방법이 없어 절망하고 있다. 고향은 임과 집이 존재하는, 자아와 세계의 근원적인 합일이 보장된 평화와 안식의 공간인데 그 고향에 갈 수 없는 현실로 인해 극복할 수 없는 절망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시가 소월이 죽기 한 달 전에 발표한 그의 마지막 발표작임을 생각하면, 시에 드러난 절망의 깊이를 통해 그가 자살을 감행하던 때의 심적 태도가 어땠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소월시는 이처럼 의미 있는 대상 세계와의 거리감, 상실감과 비애가 드러나는 작품이 많다. 이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것, 그로 인한 가세의 몰락, 사회 부적응, 음독 자살 등 그의 개인사와 관련지어 볼 수 있다. 반영론적으로 보면 일제 식민지 치하라는 우리 민족의 상황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이 시는 신인문학(1934.11)에 발표된 김소월 최후의 작품으로, 자필 원고에 의하면 창작 일자가 ‘193495일 밤으로 되어 있어 그가 죽기(1934.12.23.) 3개월 보름여 일 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는 김억에 의해 신동아(40, 1935.2)에 자필 원고가 영인(인쇄물의 원본을 사진으로 복사하여 인쇄하는 일)되어 유고로 소개되어 있으며, 김억이 편집한 소월시초(1939)에도 재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들의 표현이 지면마다 달라 감상에 주의를 요한다. 신동아에 영인으로 보이는 시의 제목은 차안서선생삼수갑산운으로, 이 시는 김억의 삼수갑산이란 시에 운을 붙여서 스승 김억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 것이다. 이때의 자필 원고와 신인문학에 발표된 작품은 띄어쓰기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일 뿐 대동소이하나(자필 원고에서는 삼수갑산 이 어디뇨로 되어 있다. 이 때는 삼수갑산에 와서 본 절망감이 강조되어, ‘삼수갑산이 도대체 어떤 곳인가라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소월시초에는 매우 많은 부분이 개작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대하는 김소월의 삼수갑산은 바로 이 소월시초의 수록 시로, 원문에 비해 그 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므로 여기에서는 김소월의 원본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