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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정수/현대시의 정수

[완벽정리] 초혼 - 김소월 (전문/해석/원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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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핵심 정리

* 성격 : 애상적, 격정적, 제의적, 감상적, 전통적

* 어조 : 비탄에 빠져 절규하는 어조, 직접적인 영탄조

* 제재 : 임의 죽음

* 주제 : 임을 잃은 슬픔과 죽은 임에 대한 그리움

* 특징 :

1) 전통적 민요조의 율격 (3음보)

2) 영탄, 반복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함

3) 설화적 모티프를 사용함 : 망부석 설화

* 출전 : 진달래꽃(1925), 개벽 40(1923)

 

2. 이해와 감상

세상을 떠난 애인을 처절하게 부르는 노래로 소월의 대표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절정에 이른 스름과 비탄을 노래하고 있다. 강렬한 어조와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임을 잃은 슬픔이 강렬하게 표출된 시이다.

이 시의 화자는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린 저녁 무렵, 멀리 떨어져 있는 산 위에서 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그 이름은 주인이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화자에게 이 세상은 너무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라는 말은 바로 임이 없는 이 세상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시적 화자가 죽음과 삶의 거리를 깨닫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적 화자는 죽은 임이 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슬픔과 임을 향한 그리움을 달랠 길이 없다. 이 슬픔의 끝에 그는 선채로 돌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 무엇으로도 풀릴 길 없는 응어리진 슬픔이 이 의 이미지에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다.

 

3. 심화 감상

초혼은 원래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사람이 몹시 놀라거나 슬픔이 가득 차면 혼백이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당을 통해 떨어져 나간 혼을 부르는 의식을 올렸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 민속에서 초혼은 일반적으로 장례식 때 죽은 자의 혼을 부르는 의식으로 거행되었다. 이 의식은 마당이나 지붕 위에 올라가 죽은 이의 옷을 흔들며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로서, 이 시는 이러한 초혼 의식을 바탕으로 소월 시에서는 드물 정도로 감정이 격렬하게 폭발하면서도 견고하게 시적 형상화를 이룩한 작품이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에서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점층법은 이른바 한의 극한점을 향해 치달아 간다. 사랑하는 사람의 혼을 부르는 시적 화자의 목소리는 하늘과 땅 사이로 그저 막연한 울림만 울리며 비껴갈 뿐이지만, 소월은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수밖에 없는 처절한 인간 존재의 한계의 비극을 강렬하고 직설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4. ‘초혼과 전통의 계승

이 시는 한의 정서를 계승했다는 점, 민간 설화인 망부석 설화를 차용했다는 점, 아울러 전통 장례 의식의 절차 중 혼을 부르는 행위, 즉 고복 의식을 시적 모티프로 삼았다는 점 등에서 내용상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형식의 측면에 있어서도 전통 민요에서 많이 사용되는 3음보의 가락을 수용하고 있다.

 

5. 너무도 넓은 하늘과 땅 사이

임이 없는 세상은 텅 비고 공허하게 변하여 버린다. 임이 없다는 것은 다시는 임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하늘과 땅 사이는 임과 나, 죽음과 삶의 거리이기도 하다. 이 무한의 거리를 바라보며 절망감에 빠진 화자는 임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소리는 허공을 비껴갈 뿐이고 마침내 화자는 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을 서술한다. 슬픔의 응결체, 그것이 바로 이다.

 

6. 시적 화자의 심리 변화 과정

1연과 2연에서는 충격과 슬픔을, 3연과 4연에서는 허무와 좌절을 , 5연에서는 미련과 안타까움을 보인다. 이를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비극적 세계관을 그려내었으며 종국에는 허무의 초극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7. ‘의 의미

이 시에서 대답 없는 임을 부르다 죽어 이 되겠다는 표현은 한 여인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 버렸다는 망부석 설화와 관련이 있다. 임과의 이별 상황에서 임을 애타게 부르고, 기다리고, 만나고자 하는 설움과 소망의 극한이 로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은 임이 죽은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비원을 담은 한의 응결체인 것이다.

 

8. 부재와 상실의 시

흔히 1920년대를 임 없는 시대라고 한다. 국권이 상실되고 현실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3.1운동까지 실패로 돌아간 후, 시인들은 임 없음집 없음의 아픔을 우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김소월, 한용운과 같은 시인들도 바로 이 임 없음의 문제를 뚜렷이 인식하고 이를 시적 핵심으로 삼아 높은 시 세계를 이룩했다.

그러나 한용운과 김소월의 현실 대처 방식은 차이가 있다. 한용운의 경우 임이 없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며 곧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초점을 두고 노래한 반면, 김소월은 임이 없는 절망적 상황을 처절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고 있다. ‘초혼은 김소월의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시이다.

 

9. ‘초혼의 문화적 배경 고복의식

고복 의식이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아무 동네 아무개 복()’하고 세 번 부르는 행위이다. 이는 죽은 이의 혼을 불러 그를 되살리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는 없는 것이니 땅에 묻어야 하는 슬픔과 허탈감에서 나오는 마지막 몸부림일 것이다.

고복 의식에서 죽은 이를 부르는 행위가 초혼이다. 이 작품이 실제의 고복 의식을 형상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허탈, 절망감으로 절규하는 화자의 심정은 고복 의식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초혼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10. 이름의 주술적 상징성

서로의 이름을 기억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이러한 일상적인 행위에는 어떠한 신비함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왜 하필 그렇게 불려 지느냐, 그렇게 불려 지기 때문에 존재의 속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측면을 깊이 생각해 보면 이름이란 사실 무서운 마술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름은 존재의 속성을 결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초혼에서 화자가 부르는 상대의 이름은 단지 상대방이 응답해 주기를 바라는 차원을 넘어 상대방이 화자를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즉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인 것이다. 일방적인 외침의 형식 속에 상대의 응답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 처절한 시도는 일제 강점기 내내 계속된다.

 

11. 망부석 설화

절개 굳은 아내가 타관이나 외국에 나간 남편을 고개나 산마루에서 기다리다가 남편을 만나지 못하자 죽어서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우리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티프이다.

대표적인 설화는 신라 내물왕 때 박제상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치술령에서 죽어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와 관련된 노래가 치술령곡이다. 정읍사노래와 관련하여 백제 정읍현 사람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므로 그의 아내가 산에 올라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망부석 설화가 전래되는 배경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서정적 애환이라는 우리 민족의 보편적 성정이 깔려 있다. 김소월의 초혼은 이러한 전통적 정서를 계승하고 있다.

 

12. 상호텍스트

1) 서정주, 귀촉도 : 사별한 임에 대한 정한과 슬픔을 처절하게 노래한 시이다. 애절한 한의 객관적 상관물로 귀촉도가 나오고, 그와 걸맞게 계절감을 나타내 주는 진달래가 나온다. ‘서역이나 파촉은 서정주의 불교적 상상력과 결부된 죽음의 세계를 나타낸다.

2)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생전에 못다 한 정을 노래한 시이다.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 돌아온 화자는 생전에 다하지 못했던 사랑의 회환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살아서는 변변하지 못한 옷밖에 해 주지 못하고 죽어서야 베옷, 곧 수의 한 벌 해 입혔다는 표현은 화자의 지울 수 없는 큰 사별의 아픔이 형상화된 것이라 하겠다. 떠나간 자와 산 자의 멀고도 먼 생사의 거리를 절감하다가, 다시 아픔을 딛고 재회의 준비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통해 인간적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13. 연습 문제

1)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 3연에 나와 있듯이 이 시의 화자는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린 해 질 무렵, 멀리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사랑했지만, 지금은 죽고 없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2) 이 시에서 시적 화자와 임과의 거리감을 드러내는 시구를 찾아보자.

-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 소월의 작품에서 거리감의 표출은 빈번히 볼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이 시가 임의 부재라는 상황에서 처절히 임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육신이 없는 임과 임을 찾는 화자 사이의 절망적 거리가 어떻게 형상화 되는지가 중요하다.

3) 표면상에 드러난 의미로는 상식에 어긋나지만, 오히려 더욱 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연을 찾아보자.

- 1연에서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는 상식에 어긋난 서술이다. 무엇, 즉 주인이 있기에 그것을 일러 이름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름에 주인이 없다는 것은 얼핏 모순된 표현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상식에 어긋난 이러한 표현이 임의 부재라는 상황을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처절한 슬픔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다. 죽은 임이기에 부서진 이름이요,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요, 오히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인 것이다.

4) 망부석 전설과 관련하여 이 시에서 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말해보자.

- 아무리 불러도 임은 대답이 없고 그대로 돌이 되더라도 임을 부르다가 내가 죽으리라는 표현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어버린 여인에 대한 망부석 전설과 유사하다. 임과의 이별 상황에서 임을 애타게 부르고 기다리고 만나고자 하는 설움과 소망의 극한이 로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은 슬픔과 한, 소망의 응결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서의 강도 면에서는 다른 점도 있다. 망부석 전설에서는 그 여인의 기다림에 이유가 있으며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죽은 이를 부르는 의식인 초혼을 통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염원하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라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적 화자는 부르면 죽은 이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이미 저승과 이승이 현격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임을 부르면서도 거기에 담긴 소생에 대한 간절한 소망은 사실 허구적인 것이다. 그래도 임의 상실을 상실로 보지 않으려는 처절한 결의가 남아 돌이 되어도 부른다. 그래서 이 초혼에서의, 돌이 되도록 부른다는 시적 화자의 행위는 더 비극적으로 보인다.

5) 전통적인 고복 의식과 관련하여, 이 시에서 이 같은 부름의 의식이 나타난 부분을 찾아보자.

- 이 작품은 제목 초혼그대로 부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1연에서부터 5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이름이여!, 그 사람이여!’ 등의 호칭적 진술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그리고 망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고복 의식 절차 역시 작품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직접적인 부름의 형식을 취하는 1연의 이름이여!’, 2연의 그 사람이여!’, 5연의 이름이여! 그 사람이여!’ 3회에 걸친 호칭적 진술이 그것이다.

6) 죽은 임의 혼을 부르는 이 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바탕이 무엇인지, 일제 강점기라는 당대의 현실과 관련지어 설명해보자.

- 이 시가 일제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대에 쓰였다는 점에서 초혼은 개인의 경험적 연인만이 아니라 작품의 구상적 표현을 위해 연인으로 심상화된 포괄적인 의미의 임으로 볼 수도 있다. 초혼의 임은 궁극적으로는 소월이 갈구했던 지향적 세계의 상징으로까지 그 의미 공간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항거의 소리이며, ‘선 채로 돌이 되어도끝끝내 버릴 수 없는 민족애의 열정과 의지를 담고 있는 소리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죽은 이의 혼을 부르는 행위는 넓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7) ‘초혼과 정지용의 유리창1’은 죽음을 제재로 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에 대상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점을 말해보자.

- ‘초혼이름이여!’, ‘그 사람이여!’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처절한 심정을 간절한 부름의 형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반해서 유리창1’은 유리와 같은 맑고 차가운 소재를 중심으로 해서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따위의 감정이 대비되는 감정 대위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슬픈 감정을 과잉 노출하지 않고 엄격히 절제하여 드러내고 있다.

- 유사한 시적 체험이라 할지라도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지용의 유리창1’은 어두운 밤 유리창 앞에 서서 느끼는,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견고한 이미지로 드러낸 작품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경을 주제로 하면서도 그것을 절제된 언어와 시적 형상으로 객관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랑하는 임을 잃어버린 화자가 임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초혼과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서의 차이가 있다.

8) 이 시에서 혼을 부른다임에 대한 상실감과 연관된다. 이러한 상실감을 표현한 다른 시인의 시를 한편 읽어보고 비교하여 그 느낌을 말해보자.

- 이상화, 나의 침실로 : 임이 어떤 존재인가는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상화에게 마돈나는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살아 있는 절대적 존재이며 또한 관능적이며 구체화된 여인상이다. 이런 점에서 김소월은 절망을 노래한 반면, 이상화는 절망속에서 희망과 낭만적 기다림을 노래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9)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에서 화자의 어떤 결의가 드러나 있는가?

- 임의 상실을 상실로 보지 않겠다는 결의

10) 화자와 임과의 거리, 또는 임이 없는 이 세상의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을 나타낸 시행을 찾아 쓰라.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